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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위기의 협회] 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 한다는 '조정'은 안하고 '열정' 토큰 사업

2019-07-08

 업계를 대변하고, 회원사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중재자' 협회가 이사장이 설립한 회사와 손잡고 협회의 설립 목적과 무관한 토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협회라는 타이틀과 구성원인 교수진의 명성을 팔아서다.

"이름에도 들어가 있듯이 우리의 역할은 '조정'이다. 우리는 다른 협회와 달리 행동으로 직접 보여줄 것이다."

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이하 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데일리토큰>과의 첫 만남에서 다른 블록체인 협회들과의 차별점으로 '조정 능력'과 '행동력'을 꼽았다.

협회는 미래학자 존 클리핀저(John Clippinger), 일반인공지능협회장 벤 고르첼(Ben Goertzel)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네트워크를 내세우기도 했다.

◆박기훈 협회 이사장, 유앤에프 설립…토큰 판매 진두지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박기훈 협회 이사장은 모멘텀 토큰(Momentum Token)과 스위치 토큰(Swytch Token)의 판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등기부등록부를 확인해본 결과, 박 이사장은 유앤에프솔루션(이하 유앤에프)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회사는 미래학자들과 인공지능(AI) 및 태양광 사업 전문가들을 초빙해 지적 교류를 지원한다.

유앤에프의 주최로 벤 고르첼 박사는 지난해 10월 대구시 동구에서 싱귤래리티코인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스위치토큰을 공동창립한 존 클리핀저 MIT미디어랩 교수도 5월 에반 카론(Evan Caron) 대표와 방한해 스위치토큰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해 "벤 고르첼 박사는 AI 기술을 알리는 것일 뿐"이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유앤에프의 블로그에서는 벤 고르첼 박사가 싱귤래리티 코인 (ICO) 설명회에 관한 자료와 사진을 아직도 찾을 수 있다.

박 이사장이 대표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유앤에프와 부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토큰월드에서는 지난 3월부터 스위치 토큰과 모멘텀 토큰에 대한 가상통화 공개(ICO) 총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총판을 시작할 당시, 형식적으로 협회와 토큰월드는 분리돼 있었다. 박 이사장이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ICO 판매 중간책 역할을 하던 토큰월드가 올해 내 협회로 흡수될 예정이다. 형식적인 분리선마저 없어지는 셈이다.

토큰월드 관계자 A씨는 "우리는 유앤에프솔루션 직원인데 대표님이 거기(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 이사장"이라며 "협회가 생기면서 토큰월드 쪽은 따로 운영할 필요가 없어져 협회로 흡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유앤에프 설립은 토큰판매와 무관하며 박 이사장은 (토큰월드에서) 블록체인 분야에 참여하였을 뿐 토큰 판매를 위해 (토큰월드를) 설립한 것은 아니다. 박 이사장 역시 토큰 판매 진두지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단법인 설립 목적엔 없는데…'돈 버는' ICO?

전문가들은 비영리법인인 사단법인이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이 협회는 홈페이지에 '사단법인'이라고 소개하며, 고유 번호를 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식 인가는 아직이다. 이들의 주요 사업은 ▲정책 및 제도 연구 ▲연구 지원 및 사업 발굴 ▲학술 교류 및 인재 육성 ▲블록체인 기술 검증 ▲블록체인 국제 협력 등이다. ICO는 리스트에 없다.

송인규 고려대학교 교수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다면 ICO 판매를 하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연구, 학술 교류, 기술 검증, 인재 육성 등의 목적으로 설립하고 인가 받은 후, ICO 판매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현재 ICO 판매를 사업 목적으로 인가받은 협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정협회에서 한다는 건 이해하기 더욱 어렵다. ICO에 대한 제반 법부터 정리하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강성신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현재 협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름만 협회인 곳이 많다"며 "비영리재단의 경우 목적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의 한 종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식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블록체인 관련 협회는 10일 기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와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 두 곳뿐이다.

협회는 "홈페이지에 사단법인이라는 문구도 내용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회 홈페이지 내 이사장 소개 페이지와 창립 총회 팸플릿에서는 '사단법인'이라는 문구를 찾을 수 있다.

◆회원 후원금으로 사업+다단계모집…형법·방판법 위반

문제는 이사장의 개인 사업이 협회 회원사의 후원금으로 돌려 진행되고, 다단계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형법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

협회 내부에서는 회원들의 후원금이 이사장 개인사업의 종잣돈으로 쓰인다는 의혹이 새어 나오고 있다.

A 씨는 "사단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협회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며 "(ICO 관련된) 정보를 주는 것도 협회 회원에게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토큰월드의 ICO 총판 방식도 문제다. 지난 3월 토큰월드 총판이 다수 커뮤니티에서 은밀하게 진행한 모멘텀 토큰 ICO는 1이더 당 60만원을 기준으로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받았다.


<데일리토큰>이 입수한 모멘텀 토큰 투자확인서에 따르면 프라이빗 세일 기간은 3월 23일에서 31일까지로 기재돼 있다.

3월 23일 시세에 맞게 1이더를 60만원으로 계산해 입금하면 프라이빗 세일 마지막 날짜인 31일 이더리움의 시세에 맞춰 투자자들이 차액을 추가로 입금하거나 차액만큼 토큰을 더 지급받는 방식이다.

토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의도치 않았던 토큰을 억지로 추가 구매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지난 3월 23일 58만5000원에서 31일 44만4000원으로 떨어지며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일반적인 ICO 총판은 1이더당 특정량의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한 모멘텀 토큰 투자확인서에 따르면 이 토큰은 지난 5월말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기재돼 있지만 상장은 현재 불확실한 상태다. ICO도 종료되지 않았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해 "모멘텀 토큰 투자 양식은 협회가 작성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석학 교수진' 유명세 이용…토큰 '불티나게' 팔린다

토큰 가격 책정 기준이 투자자에게 불리하고, 상장 여부까지 확실하지 않지만 모멘텀 토큰과 스위치 토큰은 불티나게 팔린다. 협회에 소속된 '석학' 교수진이 유명세를 타고 있고, 판매책이 '교수 인증'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토큰월드의 커뮤니티에서 박영숙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모멘텀 토큰의 프라이빗 세일 게시글에는 "토큰월드는 미국의 토큰커먼스재단(Token Commons Foundation)의 미래학자들과 한국의 미래학자 박영숙 교수님이 검증하신 ICO 만을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국내 미래학자로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스위치 토큰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 초 유앤에프에서 주최한 가상통화 관련 사업의 진행과 통역 등을 맡은 바 있다.

박 교수는 또한 지난 3월 이알 오스터(Eyal Oster) 모멘텀 토큰 창립자가 한국을 찾아 모멘텀 토큰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을 때 통역으로 참석했다. 지난 4일 박 교수가 대표로 있는 유엔미래포럼에서는 오스터 창립자와 아리엘 루에디(Ariel Luedi) 모멘텀 회장이 참석한 강연을 주최한 바 있다. 스위치 토큰 에서 박 교수는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이다.

토큰월드 관계자 B씨는 "박영숙 교수가 스위치 토큰과 모멘텀 토큰 간 기술 제휴를 시도하면서 상장이 늦어지는 것뿐"이라며 "박 교수는 한국블록체인협회(회장 진대제)로 합류했다"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나는 토큰 세일과는 관련이 없다"며 "두 개의 토큰이 제휴 협력 중이고 많은 토큰이 사라져도 (스위치와 모멘텀 토큰은) 소멸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현재 장이 나빠 상장을 늦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데일리토큰(http://www.dailytok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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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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